제천시 동정

‘추다르크’와 ‘검찰주의자’의 예고된 전쟁, 인사와 감찰이 전선

작성일 : 2020-01-02 20:04

 

추미애 “검찰 신뢰 잃어” 검찰 “올 것이 왔다”

입력 : 2020-01-02 18:38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임명 첫날인 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들어서고 있다(왼쪽 사진).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년 다짐회’에서 신년사를 낭독하고 있다. 추 장관의 취임식은 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다.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검찰총장은 관례상 참석하지 않는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은 별도로 인사를 할 전망이다. 권현구 기자,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예상되는 검찰 ‘인사 태풍’에 대해 검찰이 긴장하고 있다. 추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검찰 조직개편이 필요하다”고 하는 등 검찰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해왔다.

‘추다르크’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십분 활용해 검찰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 감찰을 밀어붙이는 게 기정사실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의 수뇌부를 대거 인사조치할 경우 ‘검찰주의자’ 윤 총장과의 전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추 장관이 주도할 인사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향한다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충돌은 예고된 수순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추 장관은 지난달 5일 후보자 지명 직후 인사청문회 준비단과 법무부 주요 간부들로부터 장관 직무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그는 이때 “이건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식으로 궁금한 점을 적극적으로 물었다고 한다. 추 장관이 당시 비중 있게 질문하고 ‘과외’를 받은 장관 직무 중에는 인사도 포함됐다. 법무부 인사들은 “후보자가 당연히 알아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과 협의하는 게 아니라 의견을 듣는 것”이라고 해 인사는 장관 권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상태다.

추 장관이 임명된 2일 검찰은 겉으로는 평온하면서도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지난해 8월부터 여러 방면에서 대립해온 터라 검찰의 긴장도는 낮지 않았다. 한 검찰 간부는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면서도 “검찰에 곧 ‘인사 피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신문 칼럼도 있더라”고 말했다.

법조계는 추 장관이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 검찰 간부 인사를 내 조직 장악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인사 당시 검사장급 이상 6자리가 공석으로 남은 만큼 인사의 명분은 마련돼 있다. 현재 공석은 대전·대구·광주고검장 3곳, 부산·수원고검 차장 2곳,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이다.

추 장관은 후보자 시절 국회에 낸 서면답변을 통해 “고검 검사급(차장·부장검사)의 필수보직 기간은 1년이지만, 필요한 경우 심의를 거쳐 전보 인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불과 6개월 전 검찰 간부 인사가 있었지만 추가 인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검찰 구성원들이 인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동부지검이 청와대 관계자들을 수사선상에 올려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는 건건이 충돌해 왔다. 조 전 장관 수사 초기 법무부 간부들이 윤 총장과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수사라인 배제를 제안했던 일은 “직권남용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었다. 법무부가 검사들에 대한 ‘1차 감찰권’을 돌려받겠다고 한 일,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한 일 등도 검찰 반발에 봉착했다.

윤 총장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국민과 함께 바른 검찰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윤 총장은 신년사에서도 “검찰 구성원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다”고 했다.

검찰의 관심은 윤 총장의 ‘방어 전략’이다. 윤 총장은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검사들의 버팀목이 되는 게 검찰총장의 존재 이유”라고 해왔다. 어떤 식으로든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권에선 윤 총장이 인사 문제로 사실상 항명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상반된 관측도 나온다.

박상은 허경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