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뉴스

국왕 왕궁가는길 수백만 애도…폭염도 잊었다

4시간 기다린 국왕과 마지막 인사…경찰 군인도 무릎 꿇고 경의

작성일 : 2016-10-14 23:56

[르포] 국왕 왕궁가는길 수백만 애도…폭염도 잊었다

연합뉴스 [르포] 국왕 왕궁가는길 수백만 애도…폭염도 잊었다

'국민의 아버지'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서거하고 70년 만에 국왕이 없는 첫날을 맞은 14일.

방콕 시내에 있는 왕궁 주변은 오후 1시께부터 검정 옷을 입은 추모 인파로 붐비기 시작했다.

 

6년간 입원했던 방콕 시리라즈 병원에서 전날 숨을 거둔 푸미폰 국왕의 시신을 왕궁으로 이송하는 행렬을 지켜보려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30분가량이 지나자 왕궁 및 왕궁사원 인근 지역과 12만㎡ 크기의 사남 루앙 공원은 물론, 왕궁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가 모두 인파로 뒤덮였다.

 

또 짜오쁘라야강 건너에 있는 병원에서 왕궁으로 이어지는 6.2㎞의 왕복 6차선 도로변 인도도 6년 만에 왕궁으로 돌아가는 국왕을 알현하려는 시민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나 오후 1시에 병원을 출발한다던 국왕의 시신 이송 행렬은 오후 4시가 넘도록 소식이 없었다.

섭씨 30도의 날씨에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까지 더해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그런데도 이날 국왕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누구 하나도 자리를 뜨지 않았고, 불평이나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사병과 탈진으로 곳곳에서 쓰러지는 사람들이 생기면 자발적으로 환자를 부축해 인근 치료소로 옮겨주고, 미리 챙겨온 물과 먹거리를 노약자들에게 나눠주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마침내 오후 5시께 경찰 호위 차량을 선두로 국왕의 시신을 왕궁으로 옮기는 차량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장장 4시간의 기다림 끝에 차량 행렬이 시야에 들어오자, 애도객들은 햇빛을 가리기 위해 펼쳤던 우산을 모두 접고, 일제히 땅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모았다.

 

애도 인파를 통제하던 제복 차림의 경찰관과 군인들 마저도 일제히 도로에 한쪽 무릎을 꿇고 거수경례로 경의를 표했다.

순간 군중 속에서는 숨죽였던 울음이 터져 나왔고 신음처럼 '아버지'를 외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렇게 4시간을 기다린 국왕은 불과 3분여 만에 인파를 스치듯 지나쳐 왕궁으로 향했지만, 거리에 남은 시민들은 슬픔이 가시지 않은 듯 한참을 멍하니 우두커니 서서 왕궁 쪽을 응시했다.

 

전신이 땀범벅이 된 채 흐느끼던 솜싹(35)씨는 "그분이 돌아가시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다"라며 "부디 편안히 쉬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방콕 시내 각급 학교는 국왕의 서거를 애도하는 의미로 이날 하루 휴업을 했다.

 

그러나 은행과 상점들은 모두 문을 열었고 공장 등 생산시설도 종전과 다름없이 돌아갔다.

주식시장도 중단 없이 열렸다. 국왕 건강 악화설 속에 지난 한주간 폭락세를 이어온 SET 지수는 이날 4.59% 급반등했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출처

시니어뉴스 이전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