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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는 화재 긴급지원 안 돼요"

[나는 왜 주거난민이 됐나③] 취약계층 두 번 울린 '긴급지원사업' 대전CBS 김정남 기자

작성일 : 2017-04-19 09:28

지난해 8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장애인가정 등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임대주택에서 불이 났다. 그 후 8개월. 집기 하나 챙기지 못하고 집을 떠난 그들은 지금껏 임시거처를 전전하고 있다. 그들은 왜 '주거난민'이 돼야 했을까. 매입임대주택 화재를 통해 드러난 현행 주거복지사업의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엄마, 불났어"…난민생활이 시작됐다
② "삽시간에 번졌다"…매입임대주택의 '예고된 피해'
③ "기초생활수급자는 화재 긴급지원 안 돼요"
(계속)
 
노컷뉴스

지난해 8월 화재가 발생한 대전 서구 괴정동 매입임대주택.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긴급지원사업'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진=주민 제공)


우리나라에는 갑작스러운 화재 피해를 입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긴급지원사업'이 법적으로 마련돼 있다. 하지만 까다로운 선정 기준과 홍보 부족으로 피해를 입고도 지원을 못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홀로 생활하는 A(52)씨는 지난해 8월 집에 불이 나면서 병원 신세를 졌고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긴급지원사업을 통해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A씨는 받지 못했다. 화재 당시 집기 하나 건지지 못했고 언제쯤 예전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막막한 상태가 됐지만 역시 지원받지 못했다. 구청에서는 "A씨가 기초생활수급자이기 때문에 지원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화재 등 위기상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긴급지원사업은 '긴급복지지원법'에 근거하고 있는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지원을 받고 있는 경우 지원할 수 없다고 규정돼있다.

중복수혜가 된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기초생활가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원천적으로 긴급지원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차상위계층인 B(52)씨 역시 생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이유로 긴급지원대상에서 빠졌다. '가족을 합쳐 통장 잔고에 500만원 이상이 있으면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지침도 있다.

자가 복구가 어려운데다 화재 피해로 이중적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상황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은 '받을 수 있는 지원'도 제때 받지 못했다. 화재 피해를 입은 윤선이(52)씨는 동 주민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주민센터의 답변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였다.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던 주민센터에서 다시 연락이 온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었다. 풍수해보험 가입 홍보를 위해 윤씨에게 전화를 걸었던 주민센터의 한 직원이 윤씨의 사정을 듣고 응급구호물품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한적십자사를 연계해준 것이다.

윤씨는 "지원책이 있는지 없는지 우리가 직접 수소문을 해야 되는데다, 그마저 제때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우연히 풍수해보험 들라고 전화한 직원이 아니었다면 적십자에서 준 생필품도 없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남가현 정의당 대전시당 정책실장은 "긴급하게 지원을 받아야 할 상황인데도 매뉴얼에 묶여 안 된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긴급지원사업에 대한 홍보가 잘 되지 않은데다 선정 기준이 까다롭다보니 불용예산이 굉장히 많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소방안전복지의 사각지대에 남은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구재현 목원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화재 피해 복구에 대한 제도는 있지만 규모라든지 신속성, 기관 간 연계는 취약한 실정"이라며 "화재 피해를 입었을 때 상담 및 정보제공부터 긴급복구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처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 교수는 "일선 주민센터나 시·군·구에서는 인력 문제 및 다른 업무와 겸해서 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고 법규에 따라 지원 절차가 경직될 수밖에 없다"며 "민·관 연계와 별도의 기금 마련을 통한 안정적 운영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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