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기

뉴질랜드 95살 노인의 차별 반대 행진…잔잔한 감동

작성일 : 2019-03-27 18:29

 

버스 네번 갈아타고 집회 현장서 행진

“너무 슬프지만, 우리는 하나라는 것 깨달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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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50명이 희생된 테러를 겪은 뉴질랜드에서 95살의 2차대전 참전용사가 차별 반대 집회에 참가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존 사토는 24일 오클랜드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려고 오전 10시에 남동부 교외 호위크의 집을 나섰다. 집회 장소인 아오테아광장까지 20여㎞를 가느라 버스를 네 번 갈아탔다. 현장에서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 출연한 배우 브루스 홉킨스와 경찰관의 부축을 받아 차별 반대 행진에 동참했다.

사토가 부축을 받으며 걷는 모습을 찍은 사진은 <가디언>이 매일 선정하는 ‘오늘의 사진’으로 꼽혔다. 사진을 본 뉴질랜드 매체들을 그의 거처를 수소문했고, <뉴질랜드 헤럴드>가 인터뷰를 내보내는 등 기사가 쏟아졌다. 사토의 집회 참여는 초유의 테러에 충격을 받은 뉴질랜드 사회가 스스로 치유하는 모습의 상징이 됐다.

사토는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스크 두곳에서 15일 일어난 사건으로 충격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날 이후 잠을 잘 못 잤다. 너무 슬펐다. 다른 사람들의 고통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집회에서 보듯 뉴질랜드 사회가 차별 반대를 위해 뭉친 게 의미가 크다고 했다. 그는 “인종이건 뭐건 사람들은 문득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것을 깨닫고 서로를 보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사토는 자신도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인 아버지와 스코틀랜드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으며, 2차대전 때 뉴질랜드군으로 참전해 일본군에 맞서 싸웠다. 당시 뉴질랜드군 내 일본계 두명 중 하나였다. 그는 “인종차별은 보통 비밀리에 이뤄진다”고 말했다.

사토는 혼자 산다. 아내는 15년 전 세상을 뜨고, 외동딸도 지난해 먼저 보냈다. 집회 참석 뒤 귀갓길에는 한 경찰관이 함께했다. 사토는 집까지 데려다준 경찰관 얘기를 하면서 “매우 친절했다. 크라이스트처치의 비극이 무엇을 가져왔는지 보라. 최고의 인간애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 출처